기독교인 지인이 고민상담을 해왔어요. 원래라면 그냥 멍청한 척 하고 넘기기도 하고 평소에 어느정도 가까운 사람이 아니면 상담 자체를 잘안해주는데 워낙 절박한 느낌으로 연락을 주더라구요. 한창 저희 나이대가 자기계발, 성장, 성과내기에 좀 열올릴 때라 그런지..
이렇게 물어보더라구요.
"완벽주의를 없애기 위해서 어떻게 하면 좋을까?"
아마 이 사람은 완벽주의 탓을 하면서 일을 시작도 못하고 있었나봐요. 잠시 5분 정도 고민을 하고 말을 꺼냈어요.
어떻게 생각해도 완벽한 사람을 목표로 할 이유가 없다. 불교에서는 깨달음의 한 가지로 중용을 통해 깨달음을 얻는데 이는 완벽한 사람이 없다는 것의 반증이다. 중간을 목표로 하니까 5가 되어야지, 1부터 10의 길이 있다면 1과 10의 도착지 자체가 완벽하지 못하다는 말이다.
그리고 기독교에서는 유일신 제도를 채용하며, 가장 완벽한 것이 신이라면 불완전한 것이 인간이니까, 네가 기독교 신자라면 완벽한 것을 추구하면 안 되는 것이 아닐까? 오히려 유일신 제도를 통해서 완벽을 추구하지 않게 하는 것이야말로 의도라고 생각한다.
라고 말을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나댄 것 같아요.
완벽이라는 것의 이미지는 쌓아진 모래성이지만 쌓을 때의 이미지는 따끈따끈 베이커리의 324겹으로 만든 크로와상처럼 한 층, 한 층 쌓아가는 이미지를 가져야 한다는 것도 알려주면서 그렇게 상담을 끝마쳤던 기억이 있어요.

분명 이번 9월에 있을 @양 생일 편지에 어떤 말들을 써야 하나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위에 있었던 이야기처럼 @양이 과도한 분석이나 완벽주의 때문에 쉽사리 도전을 포기하고 무기인 창의력이 퇴색(?) 될까봐 이런 말들을 해드리고 싶었는데 이게 문장이나 말들이 쉽게 섞이지가 않네요. 괜히 잘하고 있으신데 훈수 두는 것 같고 말이죠.
항상 있으실 것 같던 대인 관계 스트레스에 관해서 써야할지 아니면 시간관리 혹은 새로운 것들에 대한 기대를 더 가지는 방법, 저희에게만 있었던 밈같은 것들(?)로 조금 더 마음이 풍요롭게 될 수 있는 말들을 해드려야할지..
그런데 이게 아무리 써봐도 매끄럽게 훈수처럼 안보일만큼. 진짜 쥐똥만큼 넣어가지고 기분 좋게 만들어주는 편지는 글의 문장을 갈고닦아야 해서 애초에 전해드리려고 했던 의미가 다 퇴색되어 버리거든요. 그냥 조언들은 집어치우고 깔끔한 축하를 드리는 것도 괜찮을 것 같고.. 아유 너무 어렵다. 너무 고민이네요.
일단 2.5개월정도 남았으니까 이것 저것 써보고 생각해보려고 해요. 편지에 곁들일 음악도 골라야하고 향도 골라야 해서 조금 빠듯하네요. 그래도 항상 @양에 대해서 쓸 때는 펜이 춤추듯이 안 멈추더라구용. 부디 올해도 괜찮은 춤을 춰줬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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