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일상

'24 상반기 안부

by 시골갱얼쥐 2024. 6. 30.
반응형

https://www.youtube.com/watch?v=5SuEu4OhULg&list=OLAK5uy_nEbmVzwTtybLehOD2OoIORfU8X1swKd-A&index=3

오늘은 달리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생각해 보니 슬슬 이야기 진행상, 설명용 캐릭터 친구 B가 나와서 올해 어떻게 지냈는지 설명해 줄 타이밍이라고요. 근데 현실에는 그런 캐릭터 없으니까 제가 하겠습니다. 흠흠.

여느 책에서도 그렇듯, 누군가의 안부를 전해준다는 행동은 참 중요한 것 같아요. 기다린 사람의 안부도 기다리지 않은 사람의 안부도. 그것은 많은 이야기를 전해주기 때문일까요. 기대하든 기대하지 않든 어느 쪽이든 반갑게 받아볼 수 있어서 일까요. 아무튼 불쑥 들이민 이야기들은 언짢으실지도 모르지만 재밌으실 거예요.

23년도의 저는 일단 반 죽어있었습니다. 억지로 몸을 이끌고 나가서 일을 하고 시간을 보내는 것을 선택했고 그 결과 아무것도 남지 않았습니다. 공기업은 영 제 취향에 안 맞더라고요. 9 to 6는 좋았어요.

올해에는 이런 일들을 했습니다.

1) 필사

작년 말부터 필사를 시작했었어요. 보내드렸던 연하장을 손 편지로 보내드리고 싶어서 노력했는데, 가독성이 영 좋지 못했었죠?

지금도 사실 그냥 취미 수준이에요. 언젠가 제 여정이 끝날쯤에는 멋들어진 시를 선물해드리고 싶어요. 옛날 사람들의 사랑은 촌스럽지만 낭만이 있는 것 같아요. 저도 시골사람이라 그런지 그 바운더리에서 벗어나지는 못하겠군요. 어느 쪽에서 봐도 사랑 실패의 플래그처럼 보이긴 하네요.

2)

그리고 올해 봄부터는 다시 집안에 농사를 좀 거들어드리기로 했어요.

땅을 놀게 하기도 좀 그래서 주말농장 느낌으로 작게 300, 400평 정도만 하기로 했어요. 언젠가 제가 키운 농작물을 먹여드리고 싶네요. :) 여담이지만 부모님께서 딸기농사를 한 번 지어보는 건 어떻겠냐고 하시더라고요. @양, 당신이 30살이 되는 해에 저희 관계에 진전이 없다면 미국으로 가려고 했는데, 선택지가 좀 더 넓어진 것 같아요. 매년 지인에게 딸기를 포함해서 여러 과채들을 보내주는 것도 나름 보람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3)

그리고 지붕 공사도 진행했어요. 3층에 세를 주고 있는데 물이 자꾸 샌다고 하셔서 아예 지붕으로 덮어버렸어요. 

웃기긴 한데 텐트랑 전구로 장식을 좀 해봤어요. 쿠팡에서 싸게 팔더라구요. 그리고 봄, 가을에는 옥상에서 작은 파티를 해도 될 것 같아요. 당신과 나누는 음식, 이야기들은 생각만 해도 웃음이 지어지네요. 너무 큰 소망일지 모르겠지만요. 하하..

4)

작은누나가 작년 10월에 결혼했는데 조카가 태어났어요. 아주 건장한 사내아이랍니다. 그리고 곧 돌잔치를 해요. 언젠가 이런 가족행사들도 같이 다녔으면 좋겠어요. 분명 힘들어하시겠지만 많은 도움이 되시리라 믿어 의심치 않아요.

5)

글을 마무리하며,

해외에 가서 일할 기회들이나 다른 사람들과 함께할 순간들이 많이 있었지만 다 뿌리쳤어요. 제게 가장 큰 기회는 바로 이 시간들이라고 생각해요. 조금 음침스럽지만, 저장해 둔 @양과의 대화와 보내주신 녹음파일들, 사진들은 항상 저를 생기 있게 해 줘요. 당신을 좋아하는 저를 사람들은 좋아했던 게 아닐까 싶어요. 누군가가 본다면 미친놈일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세상에서 가장 건전한 사랑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게 저만의 속도라고 생각해요.

이런 속도로 길을 걷고 있자면 주변이 눈에 들어올 리가 없겠죠? 하하.. 본인에게는 너무 빨라서 옆을 보지 못하고 너무 느려서 당신에게 닿지도 못하는. 그야말로 한마디로 정말 표현하자면. 바보네요 바보.

일하고 자는 것을 반복했을 뿐이라 그런진 모르겠는데 생각해 보면 올해에는 많은 일들이 있지는 않았어요. 제 소망 따위는 어찌 되어도 상관없으니 부디 당신에게 건강하고 건전한 한 해가 되었길 간절하게 바라요. 제 큰 그림이 그것을 원한다면 그대로 이루어졌으면 좋겠네요. 사실 그런 큰 그림은 뭣도 없고 한결같이 앞으로 갈 뿐이지만요. 아니, 그것도 그림이라면 그림일까요.

색은 글쎄요. 제 도화지는 오직 당신의 물감밖에 없어서. 비유하자면, 어떠한 색도 침범못하는 방수코팅되어 있는. 실제로 그런 하얀 그림일지도 모르겠네요. 

감사합니다.

반응형

'일상 >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가 너무 많이 오네요  (0) 2024.07.02
칼집  (0) 2024.07.01
새벽러닝 후에  (0) 2024.06.29
324층 크로와상  (0) 2024.06.28
낙화유수  (1) 2024.06.28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