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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일상

no matter how long

by 시골갱얼쥐 2024. 7.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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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v=wVzGMuFAySs&list=RD0BU2DsgD3lI&index=14

katachi. 글과 전혀 관계없이 지금 흘러나오는 음악입니다.

i don't play the game. 이성 관계에서 진지한 만남을 원할 때 하는 말이래요. 당신이 알려주셨죠. 당신을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저는 당신과 게임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어느 한순간도요. 매 순간이 진심이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전까지 인생의 모든 것을 게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규칙을 정해놓고 스토리의 결말을 보는 놀이. 당신의 순수를 따라 하는 저는 개구쟁이와 다를 바 없었어요. 모든 것들이 제 놀이터였거든요. 지금도 당신을 대하는 것을 제외하면 얼마나 진지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모든 것이 게임같이 보이거든요. 진지함 1부터 10까지 있다면 저는 진지함이라는 스피커가 고장 난 고철덩어리랄까요. 너무 신나지도 못하지만 너무 진지하지도 못하는. 그렇게 설계가 되어있어요.

가끔은 너무 신나고 너무 진지하고 싶어서 당신이 그리워요. 유일하게 이곳이 현실임을 자각하게 해주는 당신이 그립습니다. 그 따뜻했던 손을 잡지 못한 지 벌써 1년 6개월이 되었네요. 저는 항상 돈을 벌어 의식주를 해결하고 많은 사람들을 돕고 웃습니다. 인생이라는 게임 속에서 저는 그렇게 하고 있어요. 이렇게 하니까 당신과 함께할 가능성이 있던 시간들이 줄어드는 것에 대해 회의감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어요. 오히려 당신과 있었던 날들이 꿈같습니다. 이기적인 제게 내려진 벌이라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만..

애초에 제 이야기가 잘 쓰여야 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요. 그저 오락거리이기 때문일까요?  26살까지의 최혜원을 이야기로 써서 팔려는 것도 아니고요. 애초에 일관성이 없었던 과거에 독자들이 몰입할 수도 없을 텐데. 제가 강해지는 이야기라고 하기엔 전투력 측정기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요. 근데 잘 쓰여지는 것이 아니라 그냥 쓰여지는 것이라면 제 영혼이 당신을 이렇게 끌어당길 이유가 없으니까. 대체 무슨 이유가 있는지 궁금해요. 흔히들 말하는 26년째 장기연재 만화의 폐해랄까요. 허허.

그래서 깨닫게 되는 것 같아요. 분명 제가 이렇게 생각하고 행동하게 되는 것에는 필히 제가 이해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요. 대체 저는 누군가의 이야기에 어느 장면에 사용되는 부품일까요? 분명 사용된다면 당신의 이야기일 텐데 당신은 대체 어떤 이야기를 쓰는 중인가요?

*

*

*

잠시 생각해 보니 제가 이렇게 집착 아닌 집착을 하는 이유는 아마 후회 없이 사는 것에 미쳐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네요. 유일하게 살면서 진심이었던 상대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저 또한 그런 미숙한 아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제 내면의 미숙한 아이를 보여드리는 것은 당신뿐입니다. 그리고 당신과 모든 처음을 나눈 저는 모든 것이 너무 두렵습니다. 부모의 도움 없이 첫걸음을 내딛는 아이처럼. 자전거 뒤를 받쳐주는 사람 없이 나아가던 그때처럼요. 분명 제 성장이 함께하겠지만 그것을 알고 있음에도 두렵습니다. 성장 따위는 필요 없다는 듯이 당신을 항상 바라고 있어요.

아직까지 부모의 그늘이 아늑하다고 느끼는 저니까, 당신과 함께하길 바라는 것은 어찌 보면 순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서로에게 저희는 제2의 부모와도 같으니까요. 적어도 저는 그렇게 느꼈으니까. 아마 저는 평생. 어쩌면 다음 생까지도 당신 품을 기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품이라고 하니 懐, ふところ 알려드렸던 게 기억나네요.)

항상 제 가슴을 따뜻하게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여름이라 조금 더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하하.. 결국 사랑과 감사뿐이네요.

흐흐.. 언제쯤 이 은혜를 갚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근데 덕분에 요새는 모르는 것 투성이라 퍽 즐겁습니다. 분명 당신이 없었다면 모르는 것들은 아무래도 좋았을 것인데 말이죠. 생각의 방향성은 둘째치고 당신에 대한 것을 생각한다는 것이 행복하네요. 실례될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또한 한편으로는 기대됩니다. 당신이 제게 남긴 씨앗이 저를 어떻게 성장시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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