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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일상

여름새벽에

by 시골갱얼쥐 2024. 7.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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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v=pZV6RRam6mw

 

생일에 맞춰서 보낼 러브레터를 써야 하는데 말이죠. 어떻게 해야 할지 너무 고민 중이에요. 어떻게 써도 담백한 맛이 안 사네요. 또 컴퓨터로 쓰고 휴대폰으로 보내보면은 말이 하도 많아 보여가지고 그것도 문제구요. 아무튼 문제가 참 많습니다..

최근에 있었던 일인데, 제가 어떤 사람을 손절한 일이 있었어요. 혼자 다니는 사람이었고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많은 사람이었어요. 그래서 제가 제 지인들을 소개해주기도 하면서 나름 한, 두 달간 재밌게 지낸 것 같아요. 그런데 이 분이 어쭙잖게 사람들을 이용하려는 사람인게 너무 눈에 보이길래, 저는 이참에 몇 안 되는 지인들을 포함해서 째로 멀리했어요.

그런데 이상한 소문이 돌더라고요. 제가 무슨 사람들을 이용한다느니 뭐라나. 제가 살면서 진심이 될 수 있었던 적은 당신과 함께일 때뿐이었는데, 이용할 가치가 없는 사람들을 무슨 이용을 한다고. 참 어이가 없더라고요. 어이가 없다랄까 그래서 뭐 어쩌라고 느낌이었어요. 반응하기 귀찮을 만큼 제게는 그냥 개미 같은 사람이라 웃기기도 했어요. 어떻게 그렇게 남을 까내리는 것에 대해 진심이 될 수 있는지 궁금하기만 했어요. 어떻게 하면 저렇게 되는 걸까 싶더라고요. 처음 보는 인간군상이라 호기심이 조금 생기긴 했었고 사람과의 관계가 정말 서툰 사람이구나 싶었어요. 불쌍하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렇게 몇 달이 지났는데 지인 몇 분이 오셔서 저한테 그 사람이 진짜 별로였다고 다 그분을 손절했다고 하더라고요. 사실 조금 안쓰러웠어요. 저야 뭐 아무래도 상관없는 관계들이라 지인들 다 가져도 정말 상관없는데 그 사람은 그 작은 관계들마저 소중하게 못 여겼다는 게 말이에요. 그 사람을 무리에 속하게 한 제가, 지인분들에게 너무 죄송하기도 했고요.

이제는 누군가를 돕는다고 돕는 그 일들이 전부 이기심으로 느껴지는 날이었어요. 그 사람이 아니라 자기혐오가 조금 되더라고요. 자신이 너무 같잖기도 하고. 결과로 보면 제가 돕는다고 돕는 것은 선의가 아니라 그냥 호기심이었을지도 모르겠네요. 이 사람은 내가 이렇게 하면 어떤 반응을 할까? 같은 느낌일지도 모르고요. 저는 제 자신을 시험하려 하는 말들이 정말 싫다고 자주 말하는데요, 어찌 보면 자기혐오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마 그럼에도 불구하고 봉사를 그만두지는 못할 것 같아요. 마무리는 어설펐을지라도 사람들의 웃음은 각자 개인들의 시간에 차곡차곡 쌓였을 거예요. 얼마 전에 정기적으로 가는 적십자 봉사에 가서 삼계탕 봉사를 했는데요, 이런 선함들이 하나, 둘 쌓여서 분명 악한 제가 제 자신을 구원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이런 생각들을 가질 수 있었던 것도 당신 덕분이라 대체 어떻게 은혜를 갚아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진짜 많죠? 삶아서 하나하나 따로 담고.. 진짜 더웠슈...

이번주 월요일에 있었던 초복, 잘 보내셨을지 모르겠네요. 보내드린 삼계죽 기프티콘은 한 280일 정도 남아있는 거라, 만료되면 못써요. 부디 알아보시고 사용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저는 앞으로도 어쩔 수 없다는 단어를 조금 자제하려고 해요. 물론 어쩔 수 없는 것 투성이라 세간의 일에 대해서는 사용하겠지만, 적어도. 당신과 관련된 일에 대해서는 절대 사용하지 않을 거예요. 저를 진심으로 만들어줄 건덕지도 없었던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저를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을 위해서는 당연히 그리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오늘도.

*

*

*

여느 소설들을 다 읽으면 항상 저는 그 이야기에서 도망쳐 나와요. 여정을 함께한 동료들을 제자리에 버려둔 채 혼자 제자리로 돌아와요. 그들의 세상은 돌고 돌아 다시 첫 장으로 시작되는데 그것에 대해 소외감을 느낀달까요. 그에 반해 제 이야기 속에는 항상 당신이 남기고 간 향수 한 방울이 짙게 남아, 그 향을 쫓아가는 삶이 이어져요.

돌아갈 수 없는 꿈, 그 현실 속에서 항상 헤매이고 결국은 어른이 되어버리지는 않을까 두려워요. 하지만 돌아갈 수 있다면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돌아갈 수 없기에 소중한 것이고 애틋한 것이거늘. 헤매는 아이인 채로 만나도 좋고 어른이 되어 만나도 좋아요. 다음 생에 만나도 좋을 것이고 꿈속에서 만나도 좋아요. 그런 사랑을 해요. 저는.

(라고 생일축하편지에 쓰면 기겁하고 다 찢어버리시겠죠?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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