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에 잠시 다녀왔어요. 불굴사라는 곳인데, 원효대사가 해골물인 줄 알고 마셨다는 거기예요. 대구에는 갓바위나 동화사 같은 유명한 절들도 있지만 경산 쪽으로 조금만 넘어가면, 또 좋은 절들도 참 많아요. 가는 길에 비도 오고 해서, 계단이 젖지는 않았을까 걱정했지만 괜한 걱정증이었습니다.



계단 올라가면서 저희 어머니께서 " 누가 여기에 똥을 싸고 돌을 하나 올려놓으면 그 뒤따라 누군가가 돌을 위에 쌓는다. 그래서 똥탑이라는 별명이 있다."라고 하시더라고요. 생각해 보면 사람들은 뭔가를 쌓는 것을 참 좋아하는 것 같아요. 무의식적으로 삶을 쌓아가는 것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제가 뒷짐지고 걷고 있었는데 어떤 여자애 두 명이 제 손을 잡더라고요. 깜짝 놀라서 어디서 왔니~ 하니까 저 멀리서 어머님으로 추정되는 분이 헐레벌떡 뛰어오셨어요. "아무 사람 손 잡으면 안 돼~" 이러시더라고요. 저는 아이들이랑 어머님께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는 말밖에 못했는데 조금 아쉬워요.
그리고 절에는 양초에 불을 붙여서 넣어두는 곳이 있어요. 거기 라이터 연료가 앵꼬 났길래, 제 라이터 거기 두고 왔어요. 뭔가 다른 사람들도 필요할 것 같아서 챙기길 잘했다니까요 ㅎㅅㅎ. 스님이 놀라지만 않으셨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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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추상적 논의가 아니라 일상의 체험을 통해 진리를 확인하는 과정이니, 해체주의적 회피를 넘어 적극적으로 진리를 체험하고 구현해야 한다는 생각을 해요.
그리고 어쩌면 참나는 에고를 품고서도 그 빛을 잃지 않는, 우리가 진정 원하는 조화로운 상태를 뜻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유교의 음양론 , 화엄사상(연기), 업과 인연, 도교의 태극, 힌두의 샤크티와 시바..
조화라는 것에 대해 한 층 깊은 생각을 가지게 된 것 같습니다. 가족들과 절에 오기를 참 잘한 것 같아요.
절에서 울리는 종소리와 불경을 들으며 이런 생각을 했던 하루였습니다.
부디 안전운전 하시고 눈길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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