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과 같이 무상, 무아, 연기는 불교 가르침의 핵심인데요, 제게 어떤 도움이 될까 싶어서 몇 가지 찾아보고 깨달은 몇 가지를 적어보고자 합니다.
궁금해서 책을 좀 빌려서 읽어봤어요. 제가 여태 생각했던 것들도 있고 없는 것들도 있고. 좋은 시간들을 보냈습니다. gpt의 도움도 좀 받았고요.
결과적으로 알게된 것은 비어있다. 즉 공하다는 것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비어있는 것은 곧 그것이 여러 인과관계를 통해 채워짐을 의미한다는 것. 채워진 것들은 언제나 비워질 수 있고요.
저마다의 그림이 있겠지요. 누군가는 빈 도화지를 무언가로 채워넣는 등 아주 빈틈없이 색을 칠하죠. 새하얀 도화지는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있고 일시적으로 존재하는 것들입니다. 그림은 언제나 지우고 그려 넣을 수 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과관계는 성립해야 합니다. 상호의존성에 의해서요.
제가 당신과 함께 그린 토끼 그림이 하얀 캔버스 중앙에 자리잡아 있습니다. 이것은 언제나 변화할 수 있는 것이고 고정되어 있는 것은 어느 하나도 없습니다. 옆에 배경도 그릴 수 있을 것이고 토끼를 치워버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토끼 그림과 그 주변의 여백이 마음에 들어요. 토끼가 원하는 것들로만 채워 넣을 것이고 혹여나 다른 것들로 채워버린다면 상호 의존적인 성격 없이 그려버린 그림들은 이내 비워버리고 말 테니까요. (그렇다고 경험을 두려워하지는 않습니다.)
토끼그림 외에는 도화지에 채우고 싶지 않은 마음도 변할지도 모르고 도화지 또한 결국 실체가 없는 것이지만 당신과 만났던 그 사실들이 저를 이루고 있다는 생각. 그것이 제 인생에 있어서 옳았다는 것. 그것을 검증했다는 것이 마음에 마음이 벅차요. 제 자신에게도 그리 나쁜 길은 아니었구나. 그저 여러 길 중에 하나의 길을 가는 것이 아니라 여러 길중에 여러 길을 가고 있는 것뿐. 옳은 길은 누가 판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판단해야하는 구나.
공하다. 하지만 공하기에, 일어난 일들을 더욱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 그것이 바로 충만한 삶으로 이어지는. 이것이 제가 이해한 전부입니다. 인간에게 주어진 창조의 권능을 휘두르는 것이 무서웠던 한 아이가. 당신 덕분에 여기까지나 오게되었습니다. 아마 한동안 철학은 여기서 정체될 것 같네요. 여태 성찰하면서 모든 가능성과 인식들은 이어져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모든 문제들을 관통하는 답이 못되었을 수도 있지만 당신에게도 분명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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