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youtube.com/watch?v=rnIKWRpVXOo
후회라는 주제에 대해서 언젠간 말해보고 싶었어요. 사람은 늘 후회를 하는 것 같아요. 언제나 새로운 누군가를 만나면 저는 꼭 물어보는 편이거든요. "혹시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언제로 되돌아가고 싶어요?" 라고 말이죠. 이 질문 자체에 화자가 이미 어떠한 후회를 하고있다는 전제하에 물어보는 질문이라 질이 좀 나쁘긴 하죠? 하지만 저는 항상 궁금해왔어요. 왜 저는 항상 후회따위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지 말이에요.
잠시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자면, 항상 저는 여름, 겨울 가리지 않고 가끔씩 바다에 출석해요. 그곳에는 고리타분한 영감들이 떠오르는, 제게는 옛날 서당같은 곳이라고나 할까요. 맨발로 모래사장을 걷다보면 쓰레기들이 눈에 밟혀요. 그 쓰레기들을 몇 가지 주워다가 쓰레기통에 버리곤 하는데요, 그리 유쾌한 경험은 아니에요. 그냥 다른 사람들이 밟았을 때 위험해보이는 것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죠. 그리고 손을 씻고 카페에서 바다를 구경해요.
그런데 어떤 외국인들이 조개껍데기랑 소라껍데기들을 한움쿰씩 가져온거에요. 저는 모래사장에서 그런 것들을 보지도 못했는데 말이에요. 커피를 다 마시지도 않고 저는 모래사장으로 나가봤어요. 조금 절박했을지도 몰라요. 제 눈에는 아름다운 것들만 담으려 노력했지만 결국 그렇지 못했다는 느낌도 어느정도 있었으니까요. 아무튼 해변에 도착했는데 전과는 다르게 조개껍데기와 소라들만 보였어요.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요점은 목표의식과 그것들이 당연히 있다는 생각이 아주 중요하다는 거에요. 이런 목표의식과 그것이 당연히 거기에 있으니 가지러 가기만 하면 되겠다. 라는 생각이 후회로 점철된 사회를 구해줄 거라 생각했어요. 한동안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회는 계속되었어요.
20년 전으로 돌아가서 미꾸라지 잡는 체험학습에 간다면? 10년 전으로 돌아가서 체육대회 계주를 다시 뛴다면? 1년 전으로 돌아가서 당신과 다시 만난다면? 어느시점으로 돌아간다고 한들 이미 끝난 것들에 대해 마주하는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후회라는 것은 더 잘할 수 있었는데 겁쟁이처럼 도망간 나를 아쉬워하는 것. 어쩔 수 없는 과거에 대해 어쩔 수 없으니까 입만 터는게 아닌가 싶거든요. 이미 확정되어 관측된 과거를 통해서 성장한 내가 성장시킨 부모와 같은 그 시간들을 부정한다는 것. 아주 괘씸하지 않나요? 라고 저를 타일러본들 후회는 계속되었어요.
어찌보면 후회라는 감정은 착각의 한 종류일지도 모르겠어요. 내가 과거에 이리하였으면 크게 바뀌었을 것이라는 착각. 분명 다시 돌아가도 똑같이 할 거에요. 하지만 저는 착각이라는 것을 의외로 좋아할지도 모르겠어요. 여느 호수를 바다로 착각한들. 그것이 바다면 어떻고 호수면 어떻겠습니까. 결국 인간의 시각에서 만들어낸 말장난일 뿐인데 넓은 곳에 담긴 물인 것은 다름없겠지요. 때문에 저는 후회조차 사랑할 수 밖에 없다는 결론만이 남았어요. 후회를 사랑하는 정도가 1~10까지 있다고 한다면 이것 또한 5정도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후회라는 아이도 그리 나쁜 아이는 아니니까요. 어느정도 멘탈 자정작용에 참여하는. 꽤나 쿨한 친구일지도 모르겠어요.
바람직하다라는 말 또한 사회의 객관성뒤에 숨어 자신의 주관성을 돋보이게 하는 말이라 싫어하실지도 모르겠지만요.
봄에도 죽음이 만연하고 있는데 한 계절은 고사하고 하루는 어떨까요. 아침이 와도 모든 것이 밝아질 수 없고 그림자가 생기는데요. 하지만 밤에는 생명이 잉태될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것처럼 그 구간자체들을 미워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분명 이유가 있어서 존재하는 것들이기 때문이죠. 저와 당신의 시간또한 분명 그럴거에요. 그러니까 저는 후회를 하되, 깊게 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당신이 답장을 주지 않는 이 시간 또한 어떤 의미가 있겠죠. 제가 이해하지 못하는 의미 혹은 의미가 없더라도 괜찮아요. 그것 자체에 이유가 있는 거니까요. 저는 똑같은 자리에서 당신의 있을 장소를 부지런히 청소하고 기다리겠습니다.
최근에 깨달은 건요, 저번에 무언가를 배우기 위해서는 비워야한다는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이것도 부분적으로 맞는 말인 것 같더라구요. 그때는 아는 것들을 지우고 0부터 욕심있게 채우라는 의미로 썼었거든요. 근데 나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제 영혼이 알아서 채워지는 것이 분명 진리라고 생각해요. 영혼의 결대로 사는 것은 그냥 살고 싶은대로 사는 것과는 천지차이니까요. 분명 이게 맞다고 느껴요.
그리고 이런 생각들을 반복하고 글로 적다보니 주변의 잡다한 일들이 차례로 시야가 어두워지더라고요. 드디어 제가 당신과 함께하는 길에 대해 새로운 운명이 분기되었다는 것을 느껴요. 마치 제가 모래사장에 있는 아주 고운 소라를 찾을 수 있었듯이요.
어제 빌리려고 했던 책을 빌려왔는데 진짜 덥더라고요. 와 진짜 30분 밖에 다녔는데 온 몸이 땀으로 절었어요. 원래 이렇게 땀이 많이나는 사람이 아닌데 체질이 좀 바뀌었나보더라구요.. 밖에 진짜 더우니까 조심하셔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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