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일상

설날의 당신

시골갱얼쥐 2025. 1. 30.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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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설날이 되면 항상 저희가 만났던 기찻길이 떠올라요. 사실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어렴풋이 밖에 떠오르지가 않아요. 제가 드린 목도리가 얇아, 당신을 안을까 고민했던 것과 제 눈을 회피하는 당신. 그리고 제 말을 듣고 걸어 나가는 우리. 같은 곳을 빙빙 돌고. 차가운 공기와 대비되는 당신과 맞잡은 손... 다시 만나자며 간절한 제가 있고. 사랑의 은은한 불씨는 꺼질 생각을 안 하고. 그런 느낌이었던 것 같아요. 추운 겨울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전혀 춥지 않았어요. 분명 20살 때의 최혜원은 그런 사랑을 경험할 줄은 꿈에도 몰랐겠죠. 물론 20살 때는 아무것도 모르는 빈깡통이었으니까 모르는 것이 당연했겠죠만.

그때, 차를 가져갔더라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후회는 아니고, 그냥 그랬다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

아무튼 설날이 다시 돌아왔네요. 특별할 것은 없지만 최선을 다해 즐겨봤어요. 이 연휴도 저에겐 단 한 번밖에 없는 연휴니까요. 

화투도 치고 윷놀이도 했어요. 안 어울리겠지만 저는 화투를 잘하는 편이랍니다. 게임에 강해서 그런지 윷놀이도 물론.

조카도 벌써 3살이라 시간이 참 빠르죠? 그 순수한 웃음에.. 저도 얼른 결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더라고요. 그 웃음을 보고 있자면, 당신이 떠오를 정도예요. 그리고 정말 제게는 시간이 별로 안 남았다는 생각도 들고. 하지만 그렇기에 더 각별한 시간들이라 언제든 참 즐거워요. 

올해는 떡국이 좀 맛있던데, 나이를 먹기에 적합한 한 해를 보냈나 봐요. 작년은 최혜원이 만족했나 봅니다.

저희는 설날당일이 되면 산소에 올라가요. 눈이 좀 내렸던데 상당히 미끄럽더라고요. 눈 위에서 절하는 것도 또 운치가 있었어요.

*

사계절을 당신과 보내서 그런지, 저는 늘 무적인 것 같아요. 가을, 겨울의 향기는 두말할 것도 없고. 봄은 살짝 쓸쓸하지만 여름에는 다시 당신이 보이고.

그런 사랑을 했었나 봐요. 그랬나 봐요. 물론 지금은 하고있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have pp죠 have pp. 하하..

*

이번에 라테일에서 눈꽃의자라는 것을 새로 샀어요. 늘 햇빛을 피하는 당신도 그늘이 있어서, 당신이 오더라도 충분히 앉을만할 것이다라는 판단이었습니다. 그건 그렇고 제발 지붕끝에 당신 제외하고 아무나 앉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자주 모니터를 볼 수 있는 환경에 있는 것도 아니라서요 ㅠ

이 전에는 캠핑장? 같은 것을 샀었는데, 엘리아스 지붕에서 펴기에는 살짝 부조화가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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