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
당신과 만나기 전의 나는 마트 캐셔를 했었다. 틈틈이 유학을 위한 입시 공부를 했지만 마음은 늘 하늘을 맴돌았다. 하늘을 맴돌지도 못하고 천장의 물결무늬 타일만을 보았다. 언젠가부터는 퇴근을 하더라도 하늘의 구름만을 바라보며 퇴근했다. 여느 때처럼 술을 사가는 할아버지, 늘 같은 담배를 구매하는 아버지들, 저녁 찬거리를 위해 마트를 방문한 어머님들과 큰 가족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들의 일상에 녹아든 느낌이 썩 싫지 않았다.
가끔 민가를 돌아다닐 때면 사람들의 그들의 생활을 아직도 상상한다. 오늘 저녁은 된장찌개를 드시려나. 세제가 떨어져서 급하시지는 않을까. 또 리모컨의 건전지가 떨어져서 주변의 상점을 찾고 있지는 않으실까. 그런 생각을 하며 나도 오늘 냉장고에 남아있는 된장찌개를 먹으면 묘한 안도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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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아파트의 불빛도 꺼지지 않은 사무실의 전등도 저 멀리 24시간 보이는 편의점 같은 십자가도 눈에 비친다. 빛의 속도를 뛰어넘는 에너지가 내 마음에 닿는다. 그것은 곧이어 파동의 형태로 방출된다. 아마 이것이 많은 철학자와 종교인들이 말한 사랑이리라 생각된다.
당신께 배운 사랑은 욕심이었다. 무욕에 가까운 내가 처음으로 욕심을 갖게된 계기. 그리고 목표에 닿기 위한 우주의 시련을 덤덤히 받아들이는 초연함. 이 모든 것이 당신이 준 선물이다. 그렇게 어느 순간 당신과 나는 닮아가고 있다. 굳이 함께이지 않더라도. 하지만 그 이유는 잘 모르겠다. 블랙홀에 빨려들어간 한 쌍의 전자가 묶여있는 것처럼 그리 되어간다. 그저 현상에 대한 판단만 할 수 있을 뿐. 이유는 알 수 없다.
경험이 중요하다는 이유를 이제서야 깨닫는다. 모든 감정에 솔직해지고 나의 영혼(내부의도) 그것을 받아들이는 순간. 각자의 춤을 추게 될 것이고 깨닫게 될 것이다. 많은 선각자들이 그래왔던 것처럼. 다시 하나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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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인류를 사랑하는 것을 멈출 수 없는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나의 가족. 나의 이웃사촌. 손님들과 대한민국. 전세계와 우주. 그리고 당신. 모두가 나임을 알고 있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니 나는 일종의 나르시시스트일지도 모르겠다. 많은 나를 사랑하기 때문에.
모든 잎이 꽃이 되는 제 2의 봄을 즐기며, 새벽에 취한 최혜원의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