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집
오랜만에 친구집에 가봤어요. 점심약속이 있었는데, 돈을 좀 아끼고 싶기도 했고, 차라리 모여서 편하게 먹자~ 라고 생각했었거든요.
제가 치킨 이름을 뭐 알지는 못하는데 고추바사삭이라고 혹시 알고 계세요? 와 정말 맛있더라고요. 저는 뭐 이런 걸 혼자 있으면 먹을 생각을 안하니까.. 역시 여러 경험을 또 해보는 것도 중요한가 싶기도 했어요. 시카고 피자도 상당히 일품이었습니다. 굽네치킨 좋아요.. ㅠ
오늘도 히비스커스 음료와 함께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보니까 삼촌네 집이 임대가 안빠졌더라고요. 아무래도 공실이 자꾸만 많아지는 걸 보니, 대구가 끝물이라는게 체감이 됩니다. 전에는 대구에 살면 되겠다 싶었을 때도 있는데, 아무래도 그럴 일은 앞으로도 없을 것 같네요.
된찌랑 삼겹살이에요! 소스는 돈까스 소스 ㅠ. 너무 국룰조합이라 맛있어용.. 코스트코에서 삽겹살 생고기를 이번에 샀었어요. 아주 아주 맛있었고 소분하기도 편했어서 앞으로는 돼지고기는 이 친구를 사지않을까 싶어요.
요거는 시향지에요. 메종 마르지엘라나 바이레도, 이솝, 르라보 등에 저번에 다녀왔었거든요. 근데 이솝에 저 머리카락 같은 거, 남자 그 털같지 않나요? 하하.. 농담...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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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색맹이에요. 여러 색이 있겠지만 지금은 다시 색맹으로 돌아오고 있는 것 같아요. 세상이 모노크롬으로 보이기 시작했거든요. 이런 저를 미래의 당신이 좋아할 거라 생각하기 어려워요. 때문에,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과거와 미래의 색을 최대한 이어붙이는 것. 당신이 준 색을 보존하는 거라 생각해요. 그 색으로 염색한 한 아름의 꽃을 준비하려고 해요. 부디 당신이 즐길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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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과 겨울의 향은 좋지만 싫어요. 향 자체가 나쁜 아이는 아니에요. 하지만 추억들을 연상시키기에 싫어요. 이런 생각을 할 때 쯤, 옆에 있던 친구가 좋은 것만 생각하면 되지 않느냐고 하더라고요. 이미 좋은 추억들밖에 없는 당신이라 아픈 걸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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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들은 각자 정해진 꽃말이 있어요. 그것이 분명 정체성이겠죠. 그것은 누군가가 정해주는 것이 틀림없고 당신이 어떤 "나"를 규정해준다면 더할나위 없이 기쁘게 그렇게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의 저는 무엇도 될 수 있는. 네, 분명 어떤 양자중첩상태에 놓여있는 것이 틀림없겠죠. 제 미래에 대한 희망과 기대를 잘라버리고 당신만을 위해 살아갈 수 있다면. 그 길 하나만이 제가 내놓을 수 있는 물건이겠네요.
서로 종류가 다른 꽃이라도, 색이라도 같을 수 있길. 색이 다르더라도 같은 곳에 피어있을 수 있길. 같은 곳에 피어있지 못하더라도 당신의 행복을 빌어줄 수 있길. 당신을 구성하는 환경이 부디 어린아이의 꿈을 용인해주는 누구보다 단단한 곳이자, 부드러운 곳이기를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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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려져 있는 TV를 화장실가면서 우연히 봤는데 사랑의 반댓말은 무관심이래요. 강아지를 교육하고 있었는데 그런 문구가 나오길래 후다닥 방에 들어와버렸어요. 사람이 사람을 대할 때,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것은 대체 어떤 이유가 있어서일까요. 그래요. 분명 저도 당신도 그리 올바른 관계는 아니겠죠만,
남자가 한 번 시작했다면 책임져야할 것도 있는 법이니까요. 그래야만 하니까요. 그게 제가 사랑하는 사람을 대하는 방법이니까 서로 힘들어도 힘내봅시다. 늘 감사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