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록
사람이 가장 진실되어지는 시기는 언제라고 생각하세요? 한 작가는 생명의 불꽃이 꺼질 때, 즉 죽을 때 가장 진실되어진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뉴욕에서 제일 유명한 광고판에 이렇게 광고를 올렸습니다."죽기 전에 하고 싶었던 말을 편지로 보내세요." 그러자 많은 사람들은 그 광고에 응답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애초에 후회라는 감정 속에 진실되는 것은 아주 한 줌의 사람이라 생각해요. 흔히 죽을 때 진실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후회 속에 살았던 사람들만이 진실되는 게 아닌가. 하고 생각하거든요.
아무튼 책 내용은 제 예상과 같이 흘러갔습니다. 못다 한 사랑들과 차마 누구에게도 알리지 못했던 고해성사들.. 그것들은 죽음을 목전에 둔 사람 같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죽음 앞에서 누구보다 생을 갈망하고 있었어요. 사랑은 그런 성격도 존재했나 봐요.
저 또한 별 일이 없다면, 지금의 저는 31살에 이야기가 끝납니다. 때가 된다면 우리의 이야기가 끝이 나겠죠. 그때가 된다면 저는 어떤 후회를 하고 있을까요? 어쩌면 후회를 하기 위해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지 착각이 들 정도로. 간절하게 바라고 있어요.
여느 많은 이야기들 속 주인공도 죽음 앞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그저 우리의 이야기가 구전으로 전해지는 정도겠죠. 의미의 별조각을 쓸어 담아 무엇을 할지는 다음의 제 이야기에서나 나올법한 이야기겠네요.
결국 저는 당신을 기다릴 수밖에 없나 봅니다. 당신도 당신의 이야기가 있기에 그 이야기 속에서 꼭 사랑을 꽃피우길 바라니까요.
다만, 죽기전 소망이 있다면 꿈에서 보는 당신의 소비기한은 따로 존재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굉장히 어리광부리는 거라 생각하지만서도.
그리고 죽지마시고 아프지 마세요. 건강관리 꼭 해주시고..
*
*
*
오늘 예비군에 와서 재작년에 있었던 일들을 잠시 생각했어요. 당신과 사격장 이야기를 하고, 객관성 테스트를 하고... 분명 제 기억은 거기에 멈춰있는데, 왜 저는 시간을 뛰어넘어 이곳에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입니다. 마치 그 모든 것이 환상이라 생각될 정도로.
집에서 나오는 길에 걸려있던 세탁물입니다. 이런 것들을 보며 흐뭇했던 하루입니다만, 이런 것조차 같이 즐기고 싶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