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장
이야기의 한 등장인물이 뒤로 스윽 빠질 때는 어떤 경우에 그렇게 행동할까요? 분명 이야기 진행에 그 쓸모를 다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전에 당신이 말씀하시길, 어떤 한 사람이 스케줄상 중요한 것들이 계획되어있지 않을 때에 당신은 퇴장한다고 말씀하셨잖아요.
그렇게 장래에 잊혀진다는 것. 역사적 원근법에 의해서 고전이 되어가는 것. 그 시효가 다한다는 것. 그 원칙에 따라, 미래에는 당신에 대해서 궁금해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겠지요. 하지만 저는 지금을 살아가요. 전혀 퇴장하실 타이밍이 아니세요. 당신을 관측하고 싶어요. 존재한다고 확실히 인식하고 싶어요.
사실요, 저는 가끔 지금을 살아간다는 사실을 까먹어요. 그 있잖아요, 소문자 a와 d는 어찌 보면 착각할 법한 것처럼. 우리는 착각을 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멀어질 것들을 지레짐작해서 판단하고 행동하고. 그것이 계획되었던 되지 않았든 간에 아주 오만한 판단이었을지도 모르겠어요. 우리는 나태만으로 충분한데도 불구하고 오만에 까지 손을 대어버린 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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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지인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었어요.
"우편을 보내다 보면 의외로 교도소로 소포를 보내는 사람들이 많더라."라고 말이죠. 그 사람들을 생각하며 도덕적인 잣대를 들이미는 등, 주관적인 판단으로 생각하기보다, 제게는 '그런 사람도 있구나~'이 정도로 인식이 되더라고요. 예전 같으면 눈을 반짝이며 왜 그러는지 신경 쓰였겠지만 말이죠. 지금 오직 신경 쓰이는 것은 당신의 이야기뿐이에요. 저는 어떻게든 할 수 있고 될 수 있으니까요. 같은 메커니즘으로 항상 소원을 빌 때는 당신의 행복만을 빌어요. 괜히 코스트 잡아먹을까 봐 다른 건 안 빌어요 ㅎㅎㅎ,,
아니요. 잡소리를 늘어놓았지만, 사실은 그들이 부러웠을지도 모르겠어요. 교도소에 갈 만큼 나쁜 사람들일지언정 확실히 사람에게 인식되어지고 있구나. 그 증거를 주고받고 관측되어지고 있구나. 라며 말이에요.
그렇다고 해서 제가 지금 우울하냐고 물어보신다면 그건 아니에요. 저는 이 지금을 살아가며 충분히 행복해요. 많은 행복을 당신과 나누고 싶어 안달 난 걸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당신과 나눌 행복이 아니라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만약 당신과 함께하지 못하게 된다면.. 그 확률은 제 생각에 이상히 높은 편이지만. 그 의미도 찾아야 하는 과제 또한 남아있네요.
그런 생각들을 한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