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러닝 후에
오늘도 여김 없이 새벽러닝을 하고 돌아왔어요. 그런데 새벽 간에 비가 왔는지 나무들이 비를 잔뜩 머금었더라고요. 정말 생기 있어 보이던데 저도 이 글 쓰고 시원~하게 씻으러 갈 예정이에요. 최근 들어 퀭한 눈이 조금이나마 생기 있어지면 좋겠네요. @양 때문 아니니까 걱정 안 하셔도 괜찮아요 :) 조금 일하느라 피곤해서 그래요.
다름이 아니고 달리다가 평소에는 평지라고 생각했던 다리에 웅덩이들이 움푹 패여있더라구요. 짧은 연못에 있는 다리였는데 최근에 보수공사를 해서 더 매끈매끈한 재질로 바뀌었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더 기억에 남아요. 저는 평소에 생각했던 대로 멋대로 단정 지어 생각하는 버릇이 있나 봐요. 멋대로 다리를 평탄하게 생각했던 것처럼, 꼭 색안경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제게 놓인 환경, 자라온 배경 등 전체에 대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예전에 같이 했었던 객관성(?) 테스트처럼 말이죠. 그때 낮은 점수가 나왔었는데 참 신기하더라고요. 저는 주변인들로부터 객관적이게 생각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왔는데 그것과는 성격이 조금 다르겠지만 높은 점수가 나온 @양이 신기했어요. 대단하고 대견하고 칭찬해주고 싶더라고요.
아무튼 이번주 러닝코스에서 조금 더 나아가면 큰 강이 나와요. 물 하면 물컵에 흔들리지 않는 물을 생각하기 마련인데 오늘 본 강에 비친 태양이 강의 표면을 여실히 드러나게 해 줬어요. 자세히 보니까 자글자글하니 물 표면에 많은 자국들이 남아있었어요. 그 강을 보면서, 확실히 자세히 보고 느끼는 바가 있었어요. 그렇게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다가 나온 결론은 뭐냐면요.
그저 단순하게 생각하자였어요. 단순하게 아름답다고 말하자. 단순하게 사랑한다고 말하자. 이게 전부였어요. 햇빛이 비친 강의 표면, 다리의 웅덩이, 길가에 난 잡초의 이슬. 이것들이 나에게 어떤 것을 의미하고 비유할지, 무엇을 깨닫게 해주고 싶은지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요.
어떤 깊은 생각에는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함인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예를 들면 내가 이걸 먹고 싶은데 왜 먹어도 되는지. 혹은 먹으면 안 되는지 같은 생각들. 1부터 10의 생각이 있다면 억지로 가끔은 5로 조정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이것을 순수라는 벤다이어그램에도 포함된다고 생각하고요. 저도 그렇지만 @양도 물론 포함되는 이야기 일거예요. 언제나 잘하고 계시겠지만 제가 늘 관측하고 있는 것이 아니니까요.
그래서 저는 앞으로 감정의 영역에 있어서는 굳이 객관성, 논리, 이론같이 딱딱한 것들을 들이밀지 않을 생각이에요. 제가 그냥 당신을 사랑하니까. 만약 사랑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면 그런 부조리 따위는 다 부숴버리고 아주 올곧게 정진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나저나 지금은 벌써 1년 하고도 2개월 이상 이야기를 못 나눴네요..
여담으로 최근에 자두가 철이더라고요.(동명의 애니메이션 "안녕, 자두야" 아닙니다. 헿) 새콤하니 입맛 돋울 겸 지나가다 보이시면 한, 두 개 자셔보세요. 당도도 높고 맛이 참 좋더라고요.
감사합니다.